미적분을 인문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가 마는가의 질문에 답하기 앞서, 나는 우선 아이들을 일찍부터 자연계, 인문계, 예체능계로 확실하게 분류해서 도장찍은 다음 입시 체제로 들여 보내는 것 자체부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살짝 언급해 둔다. 말하자면, 질문 자체부터 곱게 받아들여줄 생각이 없다는 뜻.
오늘은 학교에서의 수학교육을 과연 어느 위치에 둘 것인가에 대한 대답 대신, (미적분은 아니지만) 타원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내가 알기로는 타원은 자연계 학생들만 배우는 것으로 안다.
사실 타원은 그냥 대강 납작해진 원모양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수학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 원이 한 점에서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모임이라면, 타원은 두 초점에서의 거리의 합이 일정한 점들의 모임이다.
정의에 따라서 타원 그리기 50초 동영상.
그러니까 근대초 천문학의 혁명기에 케플러와 뉴턴의 활약으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고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것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장 완벽한 도형인 원의 궤도를 따라 돌고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가설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타원을 제대로 모른다면, 이 역사적 사건을 읽어가며 '타원'이라는 녀석의 역할에 얼마나 주목할 수 있을까. 인문계 학생들은 타원의 정의조차 배운바가 없으니, '지구는 태양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할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양의 르네상스 시기는 풍요로운 새로운 예술을 낳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원근법이 있다. 우리의 눈은 기하학적인 법칙을 따르고 있으며, 우리 주변의 모든 원은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는한 타원으로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기하학의 법칙을 거스르게 되면, 그림 속 원기둥은 더이상 원기둥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주의 움직임에서부터, 눈이 따르고 있는 기하학과 그림 그리는 법칙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열쇠, 타원의 방정식.
[math]\frac{x^2}{a^2}+\frac{y^2}{b^2}=1[/math]
이 얼마나 스케일이 크며, 또 실용적일 수 있는 지식인가!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의 눈으로 보게 해 주는, 이 놀라움! 2500년전, 피타고라스가 '만물은 수'라고 했을때,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이런 가르침을 전해줄 수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