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적분과 인문계(1)에서 시작된 시리즈임.
인문계도 수능에서 미적분을 본다는 사실에, 일부 학생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중3 학생은 굳이 미적분을 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고1 학생은 ‘재수하면 끝’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사실 미적분이 뭔지도 모른다는 것에 10원을 걸겠지만,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학 교육이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읽어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배움은 고통인 것이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기 짝이 없다. 그 갈등의 한복판에는 물론 대학 입시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의 승리는, 그 다음 관문인 정규직 획득, 그 다음 좋은 배우자 얻기 등등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이라는 게임에서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 게임의 성격과 본질을 바꿔버리지 않는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정치제도개혁+시민주권운동) -> 지역감정주의해소->조중동 및 딴나라당박멸 -> 정치개혁 -> 포괄적 사회개혁 -> ... 의 시퀀스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단 오늘을 살아야 하므로, 개개인의 학생들에게는 임시적인 해결책으로나마 이런 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공부를 잘 하기 위해, 괴롭게 무언가를 배울 것이 아니라, 그 원인과 결과를 바꾸어, 배움을 즐길 수 있게 되면, 그 결과로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이다. 바른 지식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삶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그는 수학책 ‘계몽산(啓蒙算)’의 문제를 풀었다. 당시 최고의 학자였던 정인지는 세종이 문제를 풀다 막힐 때를 대비하여, 세종의 수학 공부시간이면 늘 옆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왕이 왜 고생스럽게 <수학의 정석>을 끼고 앉아 머리를 썩이는 것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산수는 임금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성인께서 제정한 것이기에 나는 알고 싶다” (세종실록 12년 10월 23일). 제왕의 수학 공부라! 국가 재정을 파악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해주고 싶지만, 사실 그의 수학 공부는 마르지 않는 지식욕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중에서-
성인께서 제정한 것이기에 나는 알고 싶다!
그런데 정말로 바른 지식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삶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일까?